
옛날, 아주 먼 옛날, 바위는 노래를 하고 밤하늘의 별과 호수의 물고기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때의 일입니다. 새하얀 뭉게구름 위에서 세상 곳곳을 두런두런 살피던 하늘나라의
높으신 분이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이런, 큰일이구나.”
“무슨
일인가요?”
구름
아래를 요모조모 따라 살펴보던 요정 할머니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랫세상은 여느 때처럼 평화로워 보였어요. 땅은 푸르고, 바다는 파랗고, 꽃들은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바람을 따라 춤을 추고 있었지요.
“저기, 먼 산 너머의 사람들을 보거라. 비가 오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구나.”
요정
할머니가 하늘나라 높으신 분의 손가락을 따라 산 너머를 살펴보자, 과연 손톱만큼 작은 마을의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곡식에 물을 주며 발을 동동거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 건너 쌀알만큼 작은 마을의 백성들은 반대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힘들어하고, 송사리만큼 작은 마을에서는 큰 병이 돌아 다들 잠만 잔다더구나.”
“세상이
너무 넓어서 전부를 살피기가 어렵군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꼬…”
둘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어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때, 드디어
좋은 생각이 반짝 떠올랐습니다.
“옳치! 항상 사람들 곁을
함께하며 지켜줄 수 있는 열 두 마리의 동물들을 수호신으로 내려보내야겠다!”
그렇게
해서 12간지 동물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땅으로 내려가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산은 도로가 되고 구름에 닿을 듯이 높다란 건물들이 들판 가득 생겨났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튼튼하고 따뜻한 집 안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더는 열 두 마리의 동물들이 사람들을 돌볼 필요도 없어졌지요.
요정 할머니는 아랫세상 사람들이 기운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언제나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무언가가 요정 할머니의 시선을 잡아 끌었어요.
커다란
빌딩 너머, 손톱만큼 작은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엉엉 울고 있었어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리 건너 골목길에서는 길을 잃어 헤매는 아이가 있었고, 네모난 창문 속의 다른 아이는 같이 놀 사람이 없어 외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피자 친구와 싸운 일로 힘들어하는 아이와 어려운 숙제를 끌어안고 끙끙거리는 아이도 보였지요.
여전히
세상은 넓었고, 고민과 어려움 또한 작은 아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었습니다. 요정
할머니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 불러들였던 열 두 동물들을 다시 아랫세상으로 보내, 아이들을 지켜주기로 마음먹었어요. 12지신이 아이들의 수호동물이
되어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든든히 보호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막상 열 두 동물들을 부르고 나니, 수호신들의
모습이 듬직하다 못해 험상궂은 바람에 지켜주어야 할 아이들이 무서워할까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안 되겠다. 너희들을 그대로 내려보냈다간 아이들이 되려 도망가겠구나. 새로운 모습을 주어야겠다. 어디 보자…”

“먼저, 영리하고 똑똑한 쥐는 호기심 많고 탐구력 강한 아이들을 위해
컴퓨터 마우스 모양으로 변신하거라. 아이들이 너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그리하여 누구보다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라도록 잘 돌보아주려무나. 너에게
호기심의 열쇠가 될 물음표 꼬리를 주마. 궁금한 게 많은 아이를 네 꼬리로 도와줄 수 있을 거란다. 모든 답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니까.”
“둘째로, 부드럽지만 동시에 강인한 소는 굳센 마음을 가질 아이들을
위해 가거라. 네 황금 뿔 가면에는 용기와 강인함을 이끌어내는 마법이 걸려 있단다. 언제나 앞장서서 정직하고 성실한 너처럼, 아이들이 믿음직스럽고 진실된
모습으로 자라도록 이끌어 주렴.”
“셋째로, 용맹하고 장난기 많은 호랑이는 귀여운 아기 범의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거라. 이마 위의 우두머리 왕(王)자가 아무리 어려운 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굳건한 힘과 의지를 줄 거란다.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뛰어놀며 넓은 포부를 가질 수 있도록, 연약한 마음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거라.”
“넷째로, 다정하고 총명한 토끼는 상냥하고 따뜻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러 가거라. 너에게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기분을 어루만지는 힘이 담긴 보석 하트를 주마. 너와 함께라면 아이들 안에 있는 풍부한 재능과 감각이 꽃필 수 있을 거야. 어디서든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 주렴.”